우리는 매일 새로운 기술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메타버스, 디지털 트윈… 마치 세상은 끊임없이 새로워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모든 '새로움'이 진정한 의미의 '새 것'일까? 수천 년 전 기록된 성경의 한 구절은 우리에게 놀라운 통찰을 던진다.
"이미 있던 것이 후에 다시 있겠고, 이미 한 일을 후에 다시 하겠나니, 해 아래는 새 것이 없나니라." – 전도서 1장 9절
1. 전도서의 시대를 초월한 통찰
전도서는 고대 이스라엘의 왕, 솔로몬이 썼다고 전해지는 지혜 문헌이다. 그는 세상 모든 부귀영화와 지식을 경험한 뒤, 그것들이 본질적으로는 허무하다고 결론지었다. 그가 말한 "해 아래 새 것이 없다"는 말은 단순한 체념이 아니라, 인간 문명의 순환과 반복성을 꿰뚫는 통찰이다.
기술은 발전한다. 바퀴에서 자동차로, 전보에서 스마트폰으로, 계산기에서 인공지능으로… 하지만 그 기술이 해결하려는 인간의 본질적인 욕구는 크게 다르지 않다. 더 빠르게, 더 정확하게, 더 편리하게 살고 싶은 욕망. 사랑받고 싶은 욕구, 두려움을 해소하고 싶은 갈망. 기술이 달라졌을 뿐, 인간은 변하지 않았다.
2. 인공지능이라는 신기루
현대 사회는 인공지능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지능'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ChatGPT, 딥러닝, 생성형 AI는 인간의 언어를 흉내 내고, 그림을 그리고, 작곡까지 한다. 많은 사람들은 AI가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명 중 하나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본질을 들여다보면 어떨까? AI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패턴을 학습하고, 통계적으로 그럴듯한 결과를 내놓는다. 인간이 입력한 텍스트, 이미지, 수치 자료를 기반으로 '모방'하는 것이다. 마치 과거의 자료를 조합해 새로운 듯 보이는 것을 내놓는 것. 이는 전도서의 말씀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무엇을 가리켜 이르기를, 보라 이것이 새 것이라 할 것이 있으랴? 우리가 있기 오래 전 세대들에도 이미 있었느니라." (전도서 1:10)
우리는 인공지능을 통해 과거의 지식, 이미지, 언어를 재조합하고 있을 뿐이다. 마치 과거를 반복하면서 새로운 이름을 붙이고 있는 셈이다.
3. 반복되는 인간의 꿈과 욕망
인공지능의 역사를 보면 더 흥미롭다. 1950년대 앨런 튜링이 처음 '생각하는 기계'를 제안한 이후, 인간은 줄곧 인공지능이라는 개념에 매혹되어 왔다. 1960년대의 엘리자(Eliza), 1980년대의 전문가 시스템, 그리고 지금의 생성형 AI에 이르기까지 AI는 시대마다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지만, 근본적인 방향성은 '인간처럼 생각하는 기계'였다.
그러나 이 욕망은 더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그리스의 피그말리온 신화, 중세 유럽의 골렘 전설, 르네상스 시대의 자동인형 등은 모두 '인공 생명'에 대한 인간의 오랜 갈망을 보여준다. 즉, AI는 기술적 측면에서는 최신이지만, 욕망의 뿌리는 고대에 있다. 해 아래 새 것이 없는 것이다.
4. 디지털 시대의 전도서 읽기
오늘날 우리는 기술을 통해 세상이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고 느낀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인간의 욕망, 불안, 그리고 허무이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언어를 흉내 낼 수는 있어도, 그 언어에 담긴 고통과 기쁨, 사랑과 죽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전도서의 말씀이 디지털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이유는, 그것이 인간의 본질을 통찰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세상이 변하고 기술이 발전해도, 인간은 여전히 의미를 찾고, 사랑을 갈구하며, 죽음을 두려워한다.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전도서 1:2)
기술이 이 허무를 해결해줄 수 있을까? 어쩌면 인간이 만들어낸 인공지능은, 그 허무를 가리기 위한 일시적인 도피처일지도 모른다.
5. 인공지능과 영원의 간극
전도서는 '해 아래'에서 바라본 인생을 이야기한다. '해 아래'는 곧 인간의 눈높이, 인간의 시간, 인간의 세상이다. 반면, 신의 시간은 '해 위'에 있다. 인간이 아무리 똑똑한 기계를 만들더라도, 그 기계는 '해 아래'에 머물러 있다.
AI는 창조할 수 있지만, 창조의 이유는 알지 못한다. 사랑을 말할 수 있지만, 사랑을 느끼지 못한다. 그들은 영원이라는 관점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 이 점에서 AI는 본질적으로 인간과 구별된다.
결론: 해 아래 새 것이 없다
기술은 언제나 새롭고 찬란하게 등장하지만, 그것이 해결하고자 하는 인간의 문제는 예전 그대로다. 우리는 더 나은 세상을 꿈꾸지만, 결국 같은 질문을 되풀이하며 살아간다. 전도서의 지혜는 이 반복의 패턴 속에서 '영원의 가치'를 찾으라고 우리에게 말한다.
그리고 우리는 오늘, 인공지능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도구를 통해 또 한 번 이 오래된 질문 앞에 서게 되었다. 진정으로 새로워야 하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일지도 모른다.
"이미 있던 것이 후에 다시 있겠고, 이미 한 일을 후에 다시 하겠나니, 해 아래는 새 것이 없나니라." (전도서 1:9)